[불교신문] 아기띠 메고 보리암, 반려견 왕생 기원하며 화엄사...33관음성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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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관음성지순례' 2026년 1차 회향자 가운데 최연소 순례자인 3살 권단아 양. 아버지 권용대 씨가 기도문을 잡아주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33관음성지순례
1월28일 조계사 관음전에서 회향식
2026년 1차 110명...회향 증서 수여
3살 5살 아이와 순례한 4인 가족부터
30대 절친, 1인 직장인 등 참가자 다양
권용대 김진주 부부가 33관음성지 순례 첫발을 디딘 건 약 2년 전이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첫째와 갓 돌이 지난 둘째를 둘러 메고 전국 산사를 누비는 순례의 시작. 등산용 아기띠까지 준비하며 각오를 다졌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권용대 씨는 “한여름, 화엄사와 쌍계사를 순례하던 때는 한 손에 유모차를 밀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오르느라 많이 더웠던 기억이 난다”며 “보리암과 향일암을 찾았을 때는 특히 아이를 업고 다니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했고 내소사와 금산사를 찾았을 때는 12월이라 한겨울 비와 바람에 고생했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매 순간 설레었다”던 권 씨는 스템프로 가득한 인장첩을 뒤로 하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에 인장첩을 새로 샀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33관음성지순례’ 회향식이 열리던 1월28일 서울 조계사. 2026년도 1차 회향증서를 받는 110명의 순례자 가운데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3살, 5살 자매를 안고 2년 간 33곳의 관음성지를 순례한 권용대 김진주 부부도 그 중 하나다.
2024년 3월 시작해 약 2년 간 33곳의 성지를 모두 도는 동안 아이들은 부쩍 컸다. 큰딸 시아는 2년 간의 순례 경험자답게 회향식 내내 어른들 목소리 못지 않은 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힘껏 외치며 흐뭇함을 샀고, 지루함에 몸을 배배 꼬는 동생 단아에게 기도문을 쥐어 주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권용대 씨는 “고생한 기억 만큼이나 시원하고 따뜻했던 기억, 아름다웠던 기억이 가득하다”며 “오늘 (2년 간의 순례를)회향하지만 한 번 더 33관음성지 순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5살 권시아 양이 '관세음보살'을 힘껏 외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4인 가족 대표로 권용대 씨가 사업국장 일학스님에게 기념 선물을 받고 있다.
돌이 갓 지난 1살 아이를 둘레 메고 순례를 시작했다는 권용대 씨 가족.
회향증서와 함께 템플스테이 체험권이 기념품으로 주어졌다.
33곳의 관음성지를 순례한 참가자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일화스님의 인사말을 대독하고 있는 사업국장 일학스님.
회향식에서 함께 관음 기도를 하는 참가자들.
회향식이 열리는 동안 법당 맨 뒷자리에서 관음 기도에 맞춰 열심히 절을 하던 30대 두 여성은 둘도 없는 절친 순례자. 함께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깊은 상실감에 어찌할 바 모르던 둘은 템플스테이 홍보관에서 우연히 ‘33관음성지순례’ 홍보물을 보고 ‘인장첩’을 구매했다고. 유수현 씨는 “강아지도 사람과 같이 성심으로 극락왕생하기를 빌어주면 하늘에서라도 아프지 않고 행복할 것 같았다”며 “반년 열심히 순례를 다니는 동안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성지 순례라기 보다 ‘걷기 여행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는 차수민 씨는 보기 드문 1인 참가자다. 울산 토박이인 부모님이 신심 깊은 불자이지만 정작 본인은 ‘무교’라며 어색하게 웃던 차수민 씨는 “이렇게 많은 사찰을 다녀본 것이 처음”이라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늘 또 한번 놀랐다”고 했다. 차 씨는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라 해소할 방법을 찾다가 이곳까지 왔다”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언제 시작하든 어디서부터 출발하든 내 마음대로 걷는 ‘33관음성지순례’에 참여한 인원은 그간 820명에 달한다. 누군가의 강요도 그렇다고 특별한 혜택도 없지만, 갈수록 참여 인원이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수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문화콘텐츠팀장은 “코로나와 사회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를 거치며 개인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을 관세음 기도로 풀어보려는 요구가 늘어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부터 현세의 고난을 벗어나게 해주는 관음 기도의 의미를 한번 더 되새기는 내용들을 보강해 회향식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했다.
‘33관음성지순례’가 불교 성지 순례라는 특성도 있지만 복잡한 일상을 잠시라도 떠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안정된 휴식처, 자연 속에서 걷고 사색할 수 있는 치유의 장소, 가족 단위 참가자를 위한 나들이 장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손색없다는 점도 높은 참가율에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민 팀장은 “불자 모임 또는 동호회에서 많이 가던 것에 비해 개인 단위나 가족 단위 참가자가 늘고 있다”며 “유명 관광지 못지 않은 사찰들의 매력이 대중에게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2년 간 전국 33곳을 순례한 110명의 순례자들이 그간의 노고를 서로 격려하는 이날.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일화스님은 사업국장 일학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순례의 시작은 많은 사연과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복잡한 생각과 무거운 마음을 한층 떨쳐 버리는 시간이 되셨을 것이라 믿는다”며 “회향하신 모든 분들이 소중한 경험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회향증서를 받은 순례자들. 사진=한국불교문화사업단.
불교와 거리가 있지만 반년 간 혼자 33곳의 관음성지를 다녔다는 차수민 씨.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의 산티아고 ‘33관음성지순례’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한국엔 ‘33관음성지순례’가 있다. 불교의 ‘관음 신앙’을 테마로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는 전국 사찰 33곳의 불교 문화 유적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서울 조계사에서 시작해 반도의 끝이라 불리는 해남 땅끝 마을 대흥사까지 전국 곳곳 그 지역 역사와 문화가 깃든 33곳을 걷는다.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등 한국의 3대 관음성지도 포함이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일반적인 성지 순례와는 달리 언제 어디서 시작하고 끝내는지는 순례자 마음에 달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발행하는 ‘33관음성지순례’ 인장첩은 성지 순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아이템. 사찰에 도착하면 시작점에 설치된 공식 인장을 찍을 수 있는데, 몇 날 며칠, 몇 달이 걸리든 하나씩 찍어가며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발길 닿는 곳마다 인장을 채워가며 소원을 빌다 보면 어느새 33개의 성지 순례를 모두 마칠 수 있다. 33개의 인장을 모두 찍어 인장첩을 완성한 이들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발행하는 공식 ‘회향증서’를 받을 수 있다. 중생의 신음 소리를 듣고 그에 맞춰 33가지의 형상으로 나타나 대자대비를 베푸는 관세음보살님, 33곳의 관세음보살님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낙낙해질 것이라.
33관음성지순례 인장첩. 사진=한국불교문화사업단.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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