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맛이란 결국 ‘마음’…즐겁게 만들면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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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문화사업단·불교신문 공동기획
[인터뷰] '사찰음식 장인' 동화스님
조계종 전 종정 서암스님과의 '인연'
자살 생각하던 거사에게 내준 밥상
"행자는 10년 쯤 뒤 자신을 버린다"

<화엄경> ‘십회향품(十廻向品)’에 이르기를, 보살은 한 술의 밥과 한 톨의 곡식을 주더라도, 축생도 괴로움을 여의고 해탈하기를 발원한다고 했다.
불교에서 밥은 배를 채우고 맛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삼보와 사중(四重, 국가 부모 스승 시주)의 은혜를 갚고 삼도(三途)중생의 고통을 건지기 위한 방편이다. 부처님과 음식의 은혜에 감사하고 고통 받는 중생의 아픔을 공감한다. 밥을 먹어 충만한 힘은 사람 뿐만 아니라 축생,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까지 챙긴다. 이것이 공양을 베푸는 이의 마음가짐이다.
경북 상주 묘견암은 불교 공양 정신을 실천하는 작지만 큰 도량이다. 주지 동화스님은 은사스님과 평생 선원에서 화두 정진한 선원장스님을 모시고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공양을 베푸는 자비도량이다. 스님이 당부했다. 점심 시간 전에 꼭 올 것. 11월6일 오전 묘견암에 가서 그 이유를 알았다.
출가 전에는 밥 한 번 하지 않았던 동화스님이 사찰음식 장인으로 변화한 데는 두 번의 인연이 있었다. 첫 번째 인연은 종정을 역임한 서암스님이다. 서암스님이 종정소임을 내려놓고 어느 작은 암자에 기거할 무렵, 당시 행자였던 동화스님은 기로에 놓여있었다. 여덟 번 째 행자로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남았다. 새벽2시30분에 일어나 밤11시까지 3000평에 이르는 밭 운력을 했다. 운력과 시봉으로 몸도 마음도 지치고 신심도 떨어져 가던 그 때 서암스님을 친견했다. 몹시 지친 데다 출가 자체를 의심하던 때라 자신도 모르게 당돌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90 평생 스님으로 계시면서 얻은 게 뭐냐”고 물었다. 스님은 따뜻하게 답했다. “얻은 게 없다.” 뜻밖의 답이었다. 어린 행자는 혼란스러웠다. ‘평생을 수행했는데도 얻은 게 없으면 이제 막 시작한 나는 돌아 가는게 맞나’ 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답이 머리를 때렸다. “나는 얻은 게 하나도 없다. 버리고만 살았다” 행자는 버린다는 것이 물질인 줄 알았다. 다음에 또 따지듯이 물었다. “스님은 깨우쳤어요?” 서암스님은 “못 깨쳤지, 그러나 헤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서암스님의 화두와 국수 공양
스님은 출가 지속 여부를 고민하는 행자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이번에는 서암스님이 물었다. “너 어디서 왔냐?”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그 전에는 어디서 뭘 했느냐?’ 질문은 계속 이어져 결국 엄마 뱃 속까지 갔다. 스님이 “그래 엄마 뱃속에 있는 게 시원하더냐, 답답하더냐” 행자가 그것도 질문이냐는 듯이 퉁명스럽게 답했다. “스님, 답답하니까 나왔지 시원하면은 나왔겠어요?” 그러자 노스님이 “야, 너 되게 똑똑하다. 그래 그럼 엄마 뱃속 그 전에는 어디 있었느냐?” 행자는 말문이 막혔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노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너 그것도 모르면서 똑똑한 척 했냐. 엄마 뱃 속에 있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봐라.” 화두였다.
버리는 것이 물질인 줄 알았던 행자는 10년 쯤 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을, 나를 버려야 화두가 들어올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자리가 생김을 알았다. 그 때의 질문이 화두가 되어 번민하던 행자를 계속 선문(禪門)에 붙들어 맨 것이다.
서암스님은 행자에게 국수를 손수 만들어 먹였다. “은사스님 노스님과 함께 서암스님을 친견했는데 국수를 손수 만들어주셨어요. 맹물에 끓여서 양념간장하고 김치를 넣은 국수가 그렇게 맛있었어요.”

죽음을 생각하던 거사의 눈물
첫 번째 국수가 방황하는 행자가 수행자로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면 그 다음 국수인연은 공양의 참뜻을 일깨워주는 보살이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한 거사가 스님을 찾아왔다. 그는 공격적이고 거칠었다. 스님은 칼국수를 공양했다. 따뜻한 면이 들어가서인지 조용히 먹던 그의 말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8시간 동안 속내를 털어놓았다. 스님은 추임새를 넣으며 끝까지 들었다. 거사는 저녁 까지 먹고 나가면서 울었다. “매일 어떻게 죽을 까만 생각하던 차, 처음으로 스님이 내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주어 힘을 냈다”며 울면서 인사했다.
그 순간 스님은 공양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따뜻한 음식이 허기를 달랠 뿐만 아니라 마음의 번뇌를 비워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음식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래서 최대한 정성을 들인다”는 스님은 “그 거사님이 나한테 엄청난 깨달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의 본질 ‘오직 마음’
그렇게 정성을 다해 한 끼 공양을 만들고 대접하다 보니 연수과정으로 들었던 사찰음식이 어느새 장인의 반열에까지 들었다. 강사가 되어 코로나로 1주 쉰 것 외에 3년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강의했다.
스님의 사찰음식 철학은 오직 마음이다. “사찰 음식은, 재료가 아닌 마음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제 마음이 흔들리면 스님들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내가 즐겁게 이 음식을 드실 분을 생각하면서 정성을 다하면 드시는 분들도 맛있어 합니다. 그래서 음식 만드는 사람은 즐거워야하고 마음이 건강해야합니다.”
동화스님의 정성이 담긴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 시간 전에 오라는 뜻을 깨닫게 해준 맛있는 한 끼였다. 향적당 주련이 이 절 스님들의 마음을 전해준다. ‘반식이흘색력충(飯食已訖色力充) 위진시방삼세웅(威振十方三世雄)’ 공양게송의 한 구절이다. ‘큰 은혜 넘치는 공양을 받으니 몸과 마음 안강하고 청정하리라’
정성껏 마련한 공양을 먹었으니 받은 이도 그 은혜 갚아야 하리라.
스님의 사찰음식 1Pick

팥칼국수
☞ 재료
팥 500g, 칼국수면 2인분, 소금+설탕
☞ 조리법
팥을 전날 저녁부터 미리 불려 놓는다.
팥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인 후 첫물을 버린다.
팥에 물을 붓고 50분간 삶아 준다.(팥이 익는 정도에 따라 시간조절)
손이나 주걱으로 만지거나 눌러 부드럽게 잘 으깨어지는 상태로 삶아 준다.
삶은 물과 팥을 받쳐 분리해 준다.
받친 팥과 믹서에 팥물을 넣고 같이 갈아 준다.
갈아준 팥의 농도를 보고 물을 더 첨가하여 끓여 준다.
냄비에 물을 준비하고 칼국수를 삶아 익혀 준 후 건져 8에 넣고 맛을 입힌다.
입맛에 맞게 소금이나 설탕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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