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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핫코너] 영화관 갑니다, 템플스테이 하고 스케이트 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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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1,567회 작성일 25-11-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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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 밀려 손님 끊긴 극장들
클라이밍장·낮잠 공간으로 변신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CGV동대문'에서 강원 양양 낙산사의 선일 스님이 상영관에 모인 시민 100여 명 앞에서 크리스탈 싱잉볼을 연주하며 명상을 돕고 있다. 이 세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CGV동대문이 공동으로 선보인 도심 속 템플스테이 '고요극장'에서 열렸다./김병권 기자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CGV동대문'에서 강원 양양 낙산사의 선일 스님이 상영관에 모인 시민 100여 명 앞에서 크리스탈 싱잉볼을 연주하며 명상을 돕고 있다. 이 세션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CGV동대문이 공동으로 선보인 도심 속 템플스테이 '고요극장'에서 열렸다./김병권 기자


“고민과 갈등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우리 내부에 있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지난 1일 오후 2시 전북 부안 내소사에서 온 진각 스님이 시민 100여 명과 명상을 하고 있었다. 음식 명상에 쓰일 뽕잎차와 금귤 정과, 호두·오미자 쌀강정 등 다과가 준비됐다.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다과와 차를 마시며 스님 말에 따라 명상에 빠졌다. 그런데 절이 아니었다. 서울 시내에 있는 극장 CGV 동대문점이었다. 이후에는 강원 양양 낙산사에서 온 선일 스님이 ‘윙윙윙’ 소리를 내며 싱잉볼(명상 도구)을 울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CGV가 공동 개최한 ‘극장 속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었다. CGV 관계자는 “영화관 관객이 갈수록 주는 상황에서 조용하고 어두운 영화관의 장점을 템플스테이와 접목하기로 했다”고 했다.

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위기에 처한 영화관들이 생존을 위해 이리저리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지난달까지 8502만여 명이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4년과 코로나 기간(2020~2021년)을 제외하면 최소 수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을 만든 2019년 2억2600만명이 극장을 찾은 데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5월부터 경기 고양 킨텍스점의 400석 규모 상영관을 개조해 실내 아이스링크장으로 운영 중이다. 스크린과 좌석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해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등 교습을 한다. CGV는 지난 2022년부터 서울 시내 두 지점에 클라이밍장을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상영관 스크린을 없앤 뒤 벽면에 손으로 잡거나 발을 디딜 수 있는 구조물 ‘홀드’를 설치했다.

최근엔 영화관이 직장인들의 낮잠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낮잠 자기에 알맞다는 것이다. 메가박스는 지난 3월 점심시간에 상영관 하나를 직장인들의 ‘낮잠 공간’으로 운영했다. 가격은 1000원. ‘이벤트’로 추첨해 한 커플에게 공짜로 상영관 전체를 대관해 주고 영화를 틀어주기도 한다. 메가박스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함께 영화 보고 싶은 파트너를 태그하면 추첨을 통해 전국 메가박스 중 희망하는 상영관에서 단둘만의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영화 업계에선 “영화관을 영화와 관계없는 ‘대관 장소’로만 사용하면 장기적으론 더욱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