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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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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5-11-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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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는 템플스테이-동해  삼화사

지도법사 법장스님이 두타산 트래킹을 이끌며 산과 계곡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쌍폭포를 바라보며 비경에 감탄을 감추지 못하는 참가자들.
지도법사 법장스님이 두타산 트래킹을 이끌며 산과 계곡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쌍폭포를 바라보며 비경에 감탄을 감추지 못하는 참가자들.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고려 백제 신라가 다툼을 멈추고 세 나라가 화합하기를 염원하며 왕건이 이름을 바꾸었다. 굴산산문의 개조(開祖) 범일국사가 선찰(禪刹)로 크게 일으켰다. 정치적 이유로 죄 없는 생명을 수장시킨 이성계가 죄업을 씻는 국행수륙재를 부탁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외적 격퇴 선봉에 섰다. 1300년 간 이 땅과 명운을 함께 했는데 품고 있는 땅이 광물의 보고라며 내놓으라 했다. 주저하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강원도 동해 삼화사(三和寺) 이야기다.

삼화사의 희생 위에 올라선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5대 군사대국에 이어 ‘K 문화’로 불릴 정도로 경제 군사 문화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청소년 노인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현대 한국인들이 삼화사를 원하는 이유는 이제 정치 경제와 같은 외형의 조건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다. 마음이 지친 사람들, 진정한 행복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삼화사를 찾는다. 

 

분노가 삶을 그르친다

11월13일 금요일, 입방 시간에 맞춰 서두른 덕분에 넉넉하게 삼화사에 도착했다. 템플스테이관은 다리를 건넌 뒤 천왕문을 지나 오른쪽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수련복과 함께 방사를 배정 받았다. 방안에 욕실 세면실이 갖춰져 있다.

3시30분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오늘 참가자는 모두 15명. 12명이 여성이다. 대부분 젊은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방석을 펴고 세 줄로 줄지어 앉았다. 보살님이 들어와 웃으며 벽에 기대어 다리도 펴고 편하게 앉으라고 한다. 긴장되고 어색했던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저녁예불 참석에 앞서 삼층석탑을 돌며 기도하는 참가자들.
저녁예불 참석에 앞서 삼층석탑을 돌며 기도하는 참가자들.

 

곧이어 지도법사 법장스님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들어왔다. 편하게, 자유롭게 지내면 된다고 거듭 말씀했다. 이력이 독특했다. 천주교 수사 8년 경력이다.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만들고 운영한, 템플스테이 최고 전문가이다. 스님의 얼굴 말 말투 모두 사람들을 편안하게 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잘하려 하지 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안 좋은 일 하지 않으면 된다.” 안 좋은 일의 대표가 화(火)다. 잘 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무리가 생긴다. 무리가 생기면 스트레스 받는다. 일 자체가 부담이 되고 결국 화로 이어진다. 템플스테이에 와서도 사람들은 잘 하려고 한다. 절 예법에 맞춰 가부좌 틀고, 두 손 모으고, 조용히 하고, 그래서 몸에 힘이 들어가고 어색해한다. 그 규제가 싫어서 템플스테이를 멀리하는 사람이 꽤 있다. 스님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편히 쉬러 왔으니 편하게,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지 마라”고 했다.

 

웃는 스님들 친절한 종무원

5시 저녁 공양시간을 마치고 6시, 저녁 예불시간이다. 참가자들에게 타종 기회가 돌아갔다. 천년 역사를 지닌 3층 석탑을 돌며 기도하는 참가자도 있다. 타종을 마치고 대적광전에서 저녁예불을 봉행했다. 보물 제1292호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좌상’이 지긋이 내려다 본다. 서역에서 온 청년 삼형제가 남기고 갔다는 전설이 서린 영험한 불상이다. 서로 다투고 갈등했던 마을 사람들은 철불에 공양 올리며 부처님 가르침 대로 화합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1300여년이 지나 여전히 행복을 찾아 간절히 기도 올린다.

저녁공양 모습. 
저녁공양 모습. 

 

집전스님의 염불소리가 특이하다. 한 옥타브 높은 고음과 민요같기도 하고 동요가락으로도 들리는 소리가 따라하기는 힘들지만 듣기에는 좋았다. 얼마 전 부전을 자청하며 찾아왔다고 한다. 70대 스님의 얼굴이 아동같다. 수십년에 걸친 스님의 수행 이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녁 7시 명상시간이다. 먼저 108배를 하며 염주를 꿰었다. 눈이 침침해 구멍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염주 꿰느라 지체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 보다 늦어졌다. 조급해질수록 염주 꿰는 시간이 길어진다. 마음을 가라 앉히자 비로소 자연스러워진다.

108배를 마치고 법장스님의 지도 아래 명상을 했다. 좌복 두 개를 깔고 누워 조용히 관조하는 시간이었다. 코를 골고 잠든 사람도 있다. 마음이 편해지니 잠도 저절로 찾아온다. 스님이 최악의 극한 상황에서도 여유와 즐거움을 잊지 않는 사람과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으면서도 불행하다는 사람의 차이에 대해 들려주었다. 스님은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변화하는 무상이며 상호 연결돼 있으니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상의 반대는 허무”라는 스님의 일갈이 머리를 때렸다.

 

108배 염주꿰기, 두타산 산행

다음날 새벽 4시 새벽예불을 봉행하고 6시 아침 공양을 했다. 삼화사 템플스테이 백미(白眉)격인 두타산 산행이 7시부터 시작됐다. 산사에 드리운 어둠이 막 물러가는 순간이었다. 스님들의 수행을 두타행(頭陀行)이라고 한다. 웃음 가득한 얼굴과 다정한 말투로 사람을 대하는 주지 임법스님을 비롯한 스님들, 친절한 재가종무원들, 정갈한 가람이 두타행이 이름이 아니라 삼화사 스님들의 수행이며 생활임을 보여준다.

법장스님이 앞장서 걸어가며 산과 계곡에 대해 해설을 했다. 학소대를 지나 쌍폭포, 용추폭포 까지 왕복 5km가량 산행길은 가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환상의 시간이었다.

수행복을 반납하고 짐을 챙긴 일행은 처음 만난 그 자리에 모였다. 법장스님이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와 참가자 중 누군가 가져온 호두과자를 곁들인 차담은 삼화사를 영원히 마음에 새기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1시간 가량 차담을 하고 11시 점심 공양 후 하산했다.

참가자들은 떠나지만 스님과 템플스테이 사무실은 다음 준비에 들어간다. 마음이 아프다며, 쉬고 싶다며 삼화사를 찾는 행렬은 1년 365일 멈추지 않는다. “주지 살라는 말이 제일 싫다”는 법장스님은 템플스테이 일이 제일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삼화사 템플스테이

단풍이 아름다운 템픐스테이관
단풍이 아름다운 템픐스테이관

 휴식형: 

용추폭포 산책이나 독서 등을 자율적으로 즐기면서 산사의 고요함 속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프로그램.

 체험형(1박2일): 

다양한 전통 불교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사찰의 하루를 깊이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108배와 염주 꿰기, 범종 체험과 예불, 스님과의 하늘길 트래킹과 차담 등을 통해 사찰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갖는다.

 체험형(2박3일) 

백두대간 무릉계곡에서 트레킹 명상을 경험한다. 트레킹을 즐기면서 체력을 기르고, 명상을 통해 내면의 조화와 평온을 찾는 시간. 명상의 기본을 배운다.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삼화로 584

참가문의 : 010-4219-8822

 예약: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