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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피릿]가을 속 힐링여행, 천년 사찰 선암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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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852회 작성일 22-09-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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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불교 문화 체험, 템플스테이
세계인에게 한국 전통문화 체험의 하나로 자리잡은 템플스테이. 매 순간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끊임없이 연결되어있는 현대인에게 일상에서 떠나 잠시 고요한 산사에 깃드는 템플스테이는 복잡한 생각을 비우는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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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선암사로 들어가는 길. 번잡한 세상과 떨어져 시냇물 소리와 함께 30여 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전남 순천에 있는 청정하고 아름다운 천년 고찰 선암사는 템플스테이의 명소이다. 선암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6개의 사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018년 등재되었다.

《선암사사적기(仙巖寺寺蹟記)》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3년(542) 아도화상이 비로암으로 창건했다고도 하고, 헌강왕 5년(875) 도선국사가 창건해 ‘신선이 내린 바위’라 이름하여 선암사가 되었다고도 전한다. 사찰의 역사가 1,200~1500여 년이 되는 셈이다.

선암사는 번잡한 세상과 분리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나무들이 이룬 아치를 따라 시냇물 소리와 함께 1km, 30여 분 남짓 숲길을 걸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손꼽히는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와 외부 영역과 구분 짓는 2층 누각 강선루(降仙樓)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사찰영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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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로 유명한 승선교(보물 400호) 아래로 선암사의 문루 역할을 하는 강선루가 보인다. [사진 강나리 기자]


템플스테이 첫날 숙소를 배정받고 템플복과 하얀 고무신을 받는다. 첫날 오후 4시까지 도착해 마지막 날 정오까지 머무는데, 하루 두 번의 예불과 세 번 공양, 스님과의 차담, 편백나무 숲 트래킹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과정에 참여할지 아닐지 모두 본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산사 하루 수행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예불’

새벽 예불, 오전 3시 30분 대웅전에서 시작된다. 새벽 예불에 앞서 스님들은 대웅전에 불을 밝히고 도량을 돌며 염불을 읊고 목탁소리로 공간을 청정하게 하는 도량석(道場釋), 조왕단 예경, 각전예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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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대웅전. 대웅전 두개의 탑은 '선암사 삼층석탑'(보물 제395호)으로 신라 후기 9세기 경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에 깨어 세수를 마치고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서면 응향각에서 금고(종)을 치며 게송을 하는 종송(鍾頌)을 들린다. 조용한 사찰을 울리는 종송의 끝자락에 사물타주가 이어진다.

공부 중인 젊은 스님들은 범종루에서 법고(法鼓, 북)와 운판(雲版, 구름 모양의 금속판), 목어(木魚, 잉어 형태의 악기)를 연주하고 이를 이어받아 범종각에서 범종을 친다. 북소리로 중생의 마음을 깨우고, 운판소리로 공중을 나는 새들과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며, 목어로 물속의 중생을 제도하고 게으른 수행자를 꾸짖기 위함이라 하고 범종은 부처의 가르침을 널리 펴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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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범종각. 매일 새벽 예불과 저녁 예불 때 법고와 목어, 운판을 연주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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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범종각의 범종. [사진 강나리 기자]
각각의 소리가 나름의 음률로 머리와 가슴을 울린다. 특히, 대웅전에 앉아 눈을 감고 듣는 범종 소리는 끊임없이 밀려와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한국 범종의 진동수가 인간의 맥박 수와 근접하기 때문에 느끼는 특별함이다.

장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예불 중에 잠시 고개를 들면 대웅전 천정 대들보에 턱을 괴고 내려다보는 네 마리의 용이 눈에 들어온다. 새벽이라는 시간과 선암사 대웅전이라는 공간이 주는 감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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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대웅전 대들보에 턱을 괸 용들. 한옥에서 측면이 두 칸 이상인 건물에서 대들보와 직각을 이루는 충량이라고 부른다. [사진 강나리 기자]


‘차담’스님과 차 한잔을 나누며 시름을 풀어낸다

차담, 아침 8시 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스님이 우려주는 작설차와 함께 끊어질 듯 이어지며 담소를 나누면 품고 있을 때 커다란 고민도 마치 다른 이의 일처럼 바라볼 수 있다.

스님에게 듣는 선암사의 옛이야기, 동자승들의 사연들이 흥미롭다. 사찰 내 여러 전각의 위쪽에 투각된 ‘海(바다 해)’와 ‘水(물 수)’는 큰불을 대비해 물을 채운 동이를 보관했던 곳이라 한다. 장군봉 아래 터의 기운이 너무나 세서 1불(불상) 2탑 3부도를 세워 땅의 기운을 누르고 선암사를 창건했지만 큰 화재를 많이 겪었다. 그래서 사찰 경내 곳곳에 연못을 만들고, 연못이 없는 곳에는 전각 위층에 다락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 소방수(消防水)를 보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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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검당을 비롯해 선암사 전각 곳곳에 투각된 '海'와 '水'. [사진 강나리 기자]


또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라 불리는 선암사 ‘뒤깐’이 바로 옆 성보박물관만큼이나 큰 것은 이유가 있었다. 스님은 “가장 번창했을 때는 39암자에 1,800명 가까이 머물렀다고 상량문이나 중수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한 방에 동자승들이 20~30명씩 살기도 했다”라며 “너무나 가난해서 먹을 게 없을 때에도 절에서만큼은 굶지 않는다고 할머니가 부모를 잃은 어린 손자를 데리고 와 절에 맡기는 일도 많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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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로 알려진 선암사 뒤깐. 선암사 최전성기 1,800여 명이 머물렀던 흔적이라고 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공양’ 속이 편한 밥상, 선암매로 담근 고추장을 비빈 밥 한 숫가락의 맛

공양, 매일 아침 5시 30분, 오전 11시, 저녁 5시 30분에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적목당에서 공양을 한다. 발우공양 대신 큰 접시에 정갈하게 놓인 반찬들을 먹을 만큼 담아 먹을 수 있다. 사찰음식답게 갖가지 나물과 두부, 가지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된 반찬은 슴슴하면서 속이 편하다. 특히, 선암사 내 천연기념물인 매화나무 ‘선암매(仙巖梅)’에서 딴 매실로 담근 고추장이 들기름과 함께 놓여 있어 마지막 밥 한술에 비벼 먹으면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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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공양을 하는 적목당. [사진 강나리 기자]


편백나무 숲과 송광사까지 이어진 ‘천년 불심 길’, 선암사를 둘러싼 풍경

선암사 템플스테이의 또 다른 묘미는 사찰을 둘러싼 자연풍광이다. 30여 분 걸어가면 하늘로 쭉쭉 솟아오른 편백나무 숲이 나온다. 나무 그네와 정자, 나무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 잠시 앉아 눈을 감고 깊이 호흡하면 맑은 향과 계곡 물소리가 몸을 관통하는 듯 깨끗해지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굴목이재를 넘어 12km ‘천년 불심 길’을 따라 5시간 정도 깊은 계곡을 건너면 조계산의 또 다른 천년 사찰 송광사에 도착한다.

천년 넘는 역사와 곳곳에 숨은 이야기, 보물을 간직한 선암사 경내 산책

선암사 경내의 풍광도 무척 아름다워 산책 삼아 각 전각을 도는 것도 큰 재미가 있다. 정유재란(1597년)과 6.25 전쟁 중 큰 화재로 많은 전각과 유물을 잃었지만, 지금도 보물 14점, 천연기념물 1점, 국가민속문화재 1점을 비롯해 수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만큼 쌓인 이야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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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원통전 안에는 정조대왕이 선암사 눌암대사에게 백일기도를 부탁해 아들(순조)를 얻고 나선 내린 친필 현판 '대복전'이 있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그중 하나는 조선 숙종 때 호암대사의 설화이다. 관음보살을 보기 위해 장군봉 배바위 위에서 기도를 했으나 끝내 보지 못하자 낙심한 호암대사가 벼랑에 몸을 던졌는데 관음보살이 나타나 구해주었다. 호암대사는 그 모습으로 불상을 조성하고 정(丁)자 형태의 원통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원통전 안에는 정조가 선암사 눌암대사의 백일기도로 아들(순조)를 얻고 그 보답으로 내렸다는 친필 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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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88호 선암매. 원통전부터 각황전까지 50주가 담을 따라 서 있다. 원통전 뒤뜰 선암매는 백매화를 피우고, 각황전 입구 선암매는 홍매화를 피운다. [사진 강나리 기자]


또한, 원통전과 각황전까지 담길을 따라 심은 백매화와 홍매화 50주를 선암매라 부르는데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었다. 약 600여 년 전 심었다고 전하는데 매년 봄이면 아름드리 선암매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산사의 자연을 벗 삼아 온전한 쉼을 누리다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걸 느낄 수 있다. 본래 소원등 만들기, 발우공양 등을 하는 체험형 템플스테이도 있으나 코로나19로 중단한 후 재개하면서 휴식형만 진행 중이다. 주중에는 참가자가 많지 않아 조용하고 주말에도 부산스럽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암사를 간다면 순천역에서 4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선암사행 111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출처 :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